[mcu 스타로드 드림] Responsibility 2


-가오갤 피터 퀼 드림






'미안하지만, 퀼.'


아마도... 아니, 거의 확실하게 날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신과 다른 사람을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항상 시답지 않은 농담을 입에 달고 살았던 퀼이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눈에선 어떠한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기억이... 안 나서요.'


그래서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대신 누가 들어도 믿지 않을 핑계를 대며 황급히 개인실로 도망쳤다. 뒤에서 부른 것 같았는데 그냥 무시했다. 침대 위에서 주먹을 마구 내리치며 내 부주의를 탓했다. 대체 어디에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사람을 착각했던 것일까? 근데 키스는 잘 하더라...


피터 퀼이 우주선을 수리해 지구를 떠날 때까지 그를 피할 수 있을까? 토니나 피터라도 있었으면 어벤 본부에 있는 것이 좀 편해졌을 텐데. 방해꾼이라고 생각했던 토니가 막상 자리를 비우자 그가 그리워졌다.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토니가 남기고 간 연락 장치를 켰다.


[...오? 이게 누구야.]

"토니... 언제 와요?"

[오늘이 무슨 날이야? 아니면 무슨 일 있어? 자네가 날 찾는 게 너무 생소해서 그래.]

"별일은 없는데..."


아니, 별일이야 있었지.


[진심으로?]

"네... 그냥 토니가 그립네요..."

[...스타크 씨! 조종이요! -자동주행 모드로 전환합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누나가 뭐라고 했길래 갑자기 키를 놓쳐요?]

"피터?"


프라이데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스타크 사의 비행선인 것 같고. 피터 파커와 함께 어딘가로 가는 것 같은데...


[언제 오냐고 물었지?]

"어, 네."

[바로 튀어갈 테니까 환영의 허그해 줄 준비해. 그리고 키드(피터 파커를 말한다), 그녀는 너한텐 안 해줄거니까 기대하는 표정 하지마.]


그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오늘 출발하는 거면 아마도 내일 도착할 듯 싶다. 내일이면 퀼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타파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내 실수도 만회할 수 있겠지.







"지구의 디저트라는 건 정말 놀랍다니까. 안 그래?"


아니면 못하거나.


"점심 맛있게 해요, 스타로드."


그가 내 옆자리에(앞자리도 아니고!) 앉자 나는 트레이를 들고 일어났다. 어차피 다 먹은 참이었다.


"오호. 피하시겠다?"


가끔은 그가 너무 직설적이라 부담스럽다.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얼굴로 대놓고 중얼거릴 때면 더. 나는 퀼이 떠나는 날 두고 그 자리에서 얌전히 식사를 하길 바랬지만, 그는 트레이 위에 있는 당근 머핀 하나만을 덜렁 들고 나를 쫓아왔다.


"피하면...(뇸뇸) 쫓고 싶은 게...(뇸뇸) 사람의 심리잖아? ...갓 이거 진짜 맛있다 나 눈물 나는 것 좀 봐."


눈물 보여주는 척 하면서 내 시야에 어떻게든 걸리게 얼굴부터 들이미는 건 내 짜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빤빤한 얼굴이 천진하기만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삐딱하게 고개를 틀었고... 어쨌든 어떻게든 내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드러냈다.


"당신 사람 아니고 외계인인 줄 알았는데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외계인이야. 이 말은 난 50퍼센트 정도는 우월하다는 거고, 정확히 내가 지금 무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뭔 소리야..."


통한 것 같지 않았지만. 그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를 몇 번 더 하더니,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는 것 같자 급히 말을 끝맺었다.


"날 피하지마."


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헛소리를 할 때와는 다르게 진심이었다. 정말... 불편하게도.


"내 말은... 네 역할은 날 감시하는 것도 있잖아. 내가 사고를 쳐버리면, 넌 직무유기야. 네 훌륭한 커리어에 나라는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겠지 그렇지?"

"저기요..."

"흐-음. 네 인생에 날 남길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수도."

"그럴 일 절대 없거든요."

"어쨌든 내 옆에 딱 붙어있어. 아니면 내가 붙어버린다."

"......"

"사실, 그 정도까진 안 바라. 그냥... 적어도... 대놓고 피하지는 말란 소리야."


그는 호언장담하던 말과는 다르게 내 눈치를 봤다. 그 큰 덩치가 내 눈치를 본다는 건, 정말 이상했다. 아돈케어, 케세라세라!가 모토인 것 같던 그가 왜 날 신경쓰는지 정말 이해가... 아, 그렇지. 내 실수가 있었지. 진실을 숨길수록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나는 말하기로 했다.


난 토르를 좋아해요. 한마디면 되는데 유독 퀼의 앞에선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보다 핑계를 대보자면, 타이밍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피터와 토니가 정말 빠르게 본부에 귀환했고, 퀼과 단둘이 이야기를 할라 치면 귀신 같이 두 사람이 번갈아 나타나며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토니. 도대체 뭐가 문제예요?"

"날 믿어 스위티. 우주 양아치에게 널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난 저 사람을 감시해야 하는 임무도 있어요, 보스. 댁이 준 거잖아요."

"내가 귀환한 이상 좀 느슨히 해도 되는 임무야. 땡땡이도 좀 쳐보라고, 워커홀릭 아가씨."


토니가 어떤 장치를 만지자 '우주 양아치 위치' 정보가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위치추적? 동의는 받았어요? 하고 묻자 토니는 대답 대신 눈썹을 휘며 어깨를 으쓱했다. 때마침 공용 공간에 막 들어오던 퀼이 이것을 봤고. 그는 꽤 빠른 두뇌회전을 갖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퀼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토니에게 소리쳤다.


"지금 나한테 위치추적기 붙이고 감시하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먹였지."

"미친!"


그리고 둘은 익숙하게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 말싸움을 시작했고 피터가 간신히 중재했다. 벌써 몇 번째 똑같은 패턴이었다. 진짜 지겹지도 않나.


"제길, 스타크! 이게 바로 네가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라고!"

"여기서 스위티가 왜 나오는지? 그건 외계인이 맥락맹이라서인가?"


오늘은 좀 새로운 패턴인가.


"스타크, 넌 좀 노력해야 해."

"그러는 너는 노력했고?"


싸울거면 둘만 싸울 것이지 애꿎은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봤자 우주양아치는 우주 데미갓한테 패배할 운명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토니."


이건 좀 너무했다.


퀼은 눈치가 빨랐다. 그렇게 빠른 남자가 왜 내가 토르를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는 그날 밤 실수의 전말을 다 알게 된 것 같았다.


"난 너한테 화 안 내. 그럴 입장도 아니고."


대신 그는 풀이 많이 죽은 모습이었다. 비 맞은 덩치 큰 늑대개처럼.


"그 날 이후로 넌 내게 예의상으로도 웃지 않아. 눈도 안 마주치고, 불편해하지. 이해해, 넌 그 키스가 실수라고 했으니까."

"......"

"그런데 난 실수라고 생각하기 싫어. 네가 잊으라고 해서 잊어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지? 난... 자꾸 네가 생각나. 젠장,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욕은 미안해. 널 탓하려는 건 절대 아니야. 그는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퀼은 평소의 거친 입담과 달리 고작 '젠장'이라는 단어 하나에 내 기분이 상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기묘한 일이었다. 그렇게 애를 쓰는 그가 안쓰럽기도 하고, 심지어는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으니!


"넌 나에게 정말 이만큼의... 애정도 없어?"

"아마도...미운 정은 있겠네요..."

"안 좋은 건 아니지? 그걸로도 충분해."


그는 나를 힐끔거리더니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손끝이 서로 살짝 닿았다.


"나를 만나줘. 나와 시간을 보내줘. 그러다가... 그래도 여전히 내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날 내버려도 돼. 정말이야. 난 널 원망하지 않을 거고, 넌 날 상처줄 수 없으니까."


내 손을 감싸쥐고 싶은 모양인지 퀼의 두툼한 손이 자꾸 움찔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플러팅을 한답시고 무례하게 접근해 허락 없이 손을 쥐려는 이들과는 달랐다.


"좋아요. 어디 해봐요."

"...정말로?"


퀼의 멍청한 얼굴은 꽤 보기 좋은 구경거리였다. 나는 드물게 보인 그의 어리벙벙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짝사랑은 그만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나에게 기회를 준다는 거지? 좋아! 좋아... 난... 그러니까... 절대 질척거리지 않을게."


이미 온갖 질척은 다 해놓은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그에게 딴지를 걸지 않기로 했다.


퀼의 얼굴이 너무 기뻐보였으니까.









+++

성길이의 질척이는 지옥의 플러팅 보고싶어서 썼능데 성공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사 쓰느라 힘들었ㅇ ㅓ...


  1. 수인 2018.05.16 10:17 신고

    너무ㅠㅠㅠㅠㅠㅠ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 계속 눈팅만 했었는데 참을 수 없어 댓글 달아요...넘 귀여워요ㅠㅠ.....항상 글 매우 잘 읽고 있습니다 ㅠㅠ 정말 꽃길만 걸으셨움 좋겠어요.. 8 8

    • nadam 2018.05.18 20:46 신고

      안녕하세요 수인님!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_^
      대리만족 얻고 성길이와 설렘 가득한 하루되세요!!

  2. ㅠㅠ 2018.05.19 01:26 신고

    ㅠㅠㅜ성길아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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